2014년 8월 14일
작성일 : 2011년 7월
대만 IT는 폭풍우 위를 날고 있다
최근 대만을 2주 간격으로 두 차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임베디드 부품회사, OEM 위주의 홈 디지털 미디어 장비 회사, 그리고 자기 브랜드로 승부하는 중견 IT 회사들을 만나봤다. 한 회사 당 두세 차례 가량 미팅을 하면서, 상호 모델과 협력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주요 의제이긴 했지만, 사이사이마다 대만이 IT 현실을 보는 시각과 IT 사업의 변화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 결과, 때로는 우리의 경쟁자라고도 하고, 어떤 때는 소형 가전제품의 지존이라고도 하던 대만 IT 회사들이 지금 폭풍우 위를 날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항상 우리의 파트너라고 하기보다는 경쟁자로 세뇌받아 오던(?) 대만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대로의 IT 강자의 위치에 오른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과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가까워진다면 세계 IT 시장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 터였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두 나라가 상호 투자하며 보완관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갈 길이 먼데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땅 마저도 둘로 나뉘어 아직도 으르렁대는 우리의 처지를 볼 때, 엄습해 오는 긴장감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단순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세계 IT 시장은 이데올로기라는 기나 긴 잠에서 깨어나, ‘가운데 나라’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강자 中國이 IT 산업의 미래 흐름조차도 바꾸어 버릴 기세로 덮쳐오고 있다. 그래서 대만 IT 기업들의 현실에 대한 생각이 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만 IT 기업들도 IT 지형을 재편할 기세로 태풍으로 몰고 나타난 중국의 등장과 성장에 우리와 비슷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 또한 단순 노동력을 저렴하게 제공하던 생산 공장에서 벗어나, 최근 시스템 S/W 분야, 집적화된 H/W 분야,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중국을 저 멀리에서 몰려오는 뭉게구름이 아니라, 우리를 태풍의 눈으로 사정없이 몰아붙이는 강력한 힘으로 비유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경쟁업체들과도 부품을 공동 매입하는 것이 일반화된 대만 기업들이 중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협력을 꺼려하고 있다. 비록 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하고 공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보는 것처럼, 동일한 시각으로 중국의 발걸음을 신경 곤두세워 주시하고 있다.
국내 시장규모가 우리보다도 협소한지라, 수출을 해야만 먹고살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으로 일찌감치 세계 시장을 향한 비즈니스를 기본으로 시작하여 왔던 대만에는 수많은 화교들을 엮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엄청난 물량의 다양한 IT 제품들을 쏟아내는 수많은 대만 IT 중기들이 탄탄하게 대만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몇몇 대기업에 의해 올해 IT 분야 수출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우리와는 그 산업 구조가 다르다. 처음부터 글로벌을 무대로 시작하였기에, 나의 편견이었던 하나의 민족이라는 감정적 틀을 그들은 이미 넘어서 있었다.
그러하기에, 그들의 모습 속에서는, 번개치듯 새로운 방향과 시장을 만들어 내서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방만해 있어 너무 부풀어 버린 미국 IT 기업들의 위태로운 여유로움이나, 대만보다 먼저 세계를 향한 글로벌 비즈니스에 일획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애정에 집착하다 시대 흐름을 더디 적용하는 일본 IT에서의 지나친 보수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보다는 6월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34도를 넘나드는 다습한 소낙비 기후에도 활기차게 스쿠터를 타고 내달리는 분주함 속에서 여타 남방국가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도전의 모습들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 모습은 잠시 찾아 본 Computex 2011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기서 짧은 시간 동안 두 번 놀랐다. 아직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CES나 Cebit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실험 제품들 때문에 놀라고, 시장이 만들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객들이 선택 가능하도록 엄청나게 많은 제품들을 신속하게 출시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지금 세계 IT 지형은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중국의 저돌적인 폭풍우와 미국을 비롯한 구미 제국의 방만한 오만함으로 IT 산업 발전의 균형이 깨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구미제국의 IT 기업들은 혁신과 기술개발 보다는 오직 정략적 M&A와 적자생존의 규모 싸움이라는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흉내내기 좋아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양질의 IT 신진인력 양성과 도전적 기술개발 보다는 중기 IT 인력 빼오기, 하청을 매개로 한 IT 기술의 탈취에 맛 들여 산 지 오래다. 이러한 IT 변혁의 폭풍우 속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을 IT 제국을 시각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의심 없이 떠오르는 나라를 하나 꼽으라면 그 나라가 대만이다. 탄탄한 IT 중기 기반과 경험, 그리고 세계를 향한 넓은 시야, 그리고 미래 IT 산업을 향한 혁신적 자세를 가진 나라가 대만이라는 IT 기업이다.
그 대만 IT가 지금 폭풍우 위를 날고 있다.
No | 제목 | 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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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 [CEO칼럼] 2020을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ICT 과제 | 2018-01-22 |
작성일 : 2018-01-22 CES 2018 참관을 마무리하고, McCarren 공항에 앉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순간 머리를 스쳐간 충격, '중국은 이미 우리를 지나쳤다'였다. CES 2018의 4000여 개 전시 부스 중 1300개 이상이 중국 또는 중국계 기업이었다. 중국은 미국을 관문으로, 그들의 나라에서 검증된 제품과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잘 기획된 시나리오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국은 대륙의 큰 배포 기질과 사회주의 정권의 결단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스케줄에 의해 그들 세상 중심의 마스터 플랜을 끌어가고 있다. 한국은 고려 가능한 경쟁자 후보로도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반면 우리는 지난 20여년 간 정치 지도자들이 바뀔 때마다 ICT 정책이 급변하면서 ICT 산업 분야에서의 백년대계를 지속성 있게 진행해 나가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최근 적폐청산이 진행되면서, 이전 정권들과 밀착된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대기업 오너들이 여러 형태의 법적 심판 대상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이 도장을 찍어야만 하는 사업들 또한 여러 결정시점을 놓치고 있다. 그래서 양호한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군의 작년 실적은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특히 ICT 사업 분야는 몇몇 글로벌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숨쉬기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ICT 산업 방향은 지금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촛불 혁명의 열망을 등에 업고,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발하였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 복지 및 사회 분야를 제외한 영역들은 아직도 그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높은 지지도라도 추락하게 되면,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는 '인간 삶의 질 향상 시스템'은 안정 궤도에 올라가기도 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래를 향한 ICT 마스터 플랜을 책임질 적임자가 이 정부에서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친문' 그룹에서만 인재를 찾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전 정부들에서 우수 인재가 이미 고갈되어 버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현 정부 들어 높아진 도덕적 기준을 충족시킬 만한 ICT 리더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좋은 인재를 때에 맞게 발탁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책임감 있는 임무를 부여할 수 있는 것 또한 지도자의 커다란 능력이 아니던가? 컨트롤 타워 문제는 차치하고, 현재 드러나는 ICT 정책은 어떠한가. 정부가 바뀌면 가장 먼저 정책 입안자들이 하는 일이 이전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여, 수년 내에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라 한다. 매번 그랬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늘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ICT 정책들을 살펴보면 꼭 그 정권의 특성을 고려하여, 효과 있을 법한 것만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ICT 정책이라는 것이 단기적 시한성을 가지며 태어난 정권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고, 또한 비정치성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단기적 성과를 포장하기엔 '창조'라든가, '미래'라는 말을 덧붙여, 유사한 이슈를 포장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해서 이 정부에서는 지난 보수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을 시급히 분석하여, 치밀하게 식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입맛에 맞든 안 맞든, ICT 정책의 연속성을 심도 있게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ICT 분야에서의 산업 방향도 중소, 중견 기업 중심의 틀로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벤처부를 만들지 않았는가?' 라고 답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 안에 새로이 보완된 ICT 정책은 무엇인가?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시스템을 '부(部)'라는 이름으로 승격(?)시킨 것을 제외하고는 대폭적인 예산 증가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신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또 '중소, 중견기업 중심의 ICT 정책은 과기정통부에서 담당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 기술과 정보통신 정책 부서가 합쳐져 있어 그 중심축도 헷갈리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산업계보다는 학계 중심, 연구소 중심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현 체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문제였는데,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또한 2~3년 주기로 과기정통부의 실무 책임자들이 빈번하게 이동되는 상황에서 전문성 축적이나, 책임감 있는 중장기적인 정책입안은 꿈도 꾸지 어려운 실정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 역량 있는 ICT 정책 기획 실무자들이 손 놓고 있는 현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재 ICT 정책의 핫 이슈로 AI가 대두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신규 R&D 자금이 집중 투자되고 있다. 그래서 단위 규모로 연간 수십억 되는 정부 연구비가 특정 교수의 연구실에까지 가고 있다. 물론 학계의 지원 규모를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로 나올 실적이 과연 산업 분야에 효과가 있을까? 이전의 경우를 비춰볼 때, 투자 비용 대비 실질적 결과물은 매우 미흡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현 지원체계에서도 별 다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양성된 우수 졸업생들이 대기업이나 학계를 선호하는 현 상황에서, 산업계가 배제된 연구지원 체계라 그렇고, 현 결과물에 평가체계로는 실용성 부족한 논문과 내용물만 양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R&D 자금이기에 더욱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산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 방안을 물어보면 이에 대한 대답은 궁색할 것이다. 우리 ICT 제품 시장의 이면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PC, 서버, 스토리지 등의 제품과 관련된 SW들이 모두 외산으로 채워져 가고 있는 현실이 있다. 방패막이 기업이 없다. 그나마 국산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인해,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기반을 다진 보안 분야의 중소/중견 기업이 몇몇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또한 국제 경쟁력을 이야기 해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ICT 인터넷 서비스 사업 분야는 좋은 시작을 보였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싸움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글로벌화 하기엔 역부족이고, 몇몇이 고군분투 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게임 분야만은 좋다고 볼 수 있으나, 이미 중국의 경쟁력은 우리를 넘어섰고, 그들의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과 기술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쓰나미로 급습할 수 있다. 우리에게 반도체가 있고, 핸드폰이 있다고? 오직 2~3개의 대기업이 우리 ICT 생태계를 책임질 수 있을까, 이들에게 ICT의 국가적 운명이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쯤 이 실타래를 풀 수 있을까? 누가 할 것인가? 하지만 인사가 만사이고, 사람들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망가지는 바, 인재를 잘 찾고, 그를 세워주고, 밀어주어 나가는 것이 기본임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총대를 메겠다고 할 사람이 없다. 받아놓은 축하 난(蘭)은 이미 시들어 가고 있을텐데. 갈 길이 멀다. | ||
81 | 국산 고성능 수퍼 컴퓨터 개발을 기대하며 | 2016-01-11 |
작성일 : 2015-12-28 최근 학계와 연구소를 중심으로 수퍼 컴퓨터를 지향하는 고성능 컴퓨팅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학계에서 고성능 컴퓨팅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들은 이미 십수 년 전, 아니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컴퓨터 구조, 컴퓨터 네트워크, 운영체제 등 시스템 SW와 HW 분야에서 연구해 오던 학계와 연구소의 교수들과 연구진들이 연구비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개발 연구를 진행하며, 명맥이나마 끊어지지 않고 이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연구 개발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결과 이제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한 시도로 올해에는 '초고성능컴퓨팅 발전 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하에 KAIST를 중심으로 서울대, ETRI, KISTI 등 국내 학계와 연구소의 연구진들이 참여하였고, 사업화를 목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다수 참여하여 함께 머리를 싸매고 국산 수퍼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한 연구 방안과 제품화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미래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학계 및 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하고, 기업의 자발적 사업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그 흐름을 잡아가고 있다. 의미 있게 시작되고 있고, 이제까지의 연구 개발에서 지나쳤던 시행착오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피드백을 받으며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어떻게 개발 방향과 제품화가 진행될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선진국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장기간 개발해 왔다는 점과 이를 사용하는 필수 사용자 계층이 확산되지 않으면 그 개발 결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장 변화로 초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 주변에서 언급되는 많은 지적들로 인해 과연 이번의 연구 개발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 같이 자발적 대규모 연구 개발이 활성화 된 사회나 사업화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가 아닌 우리의 척박한 인적, 물적 자원 환경에 비추어 볼 때, 정책적 지원으로 시작된 개발이 잘 성공할 수 있느냐가 더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 사항들을 고려하여 개발 방안은 이미 포럼과 공청회 등을 통해 마련되고 피드백까지 반영해 완성되어 가고 있다. 다만, 그 연구 개발의 성공과 제품화를 위해 함께 발상을 전환하여 고려해야 할 다른 부분들을 몇 가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는 많은 사용자 군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를 지향하는 것이다. 음성 전달이 주요 기능이었던 핸드폰 환경이 사용자 친화적인 스마트폰 환경으로 바뀌었듯이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대중에게 쉽게 쓸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하고, 다양한 응용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할 고속의 대용량 서비스 응용들이 더불어 개발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소수의 전문가만 사용하는 특수 환경이 아닌, 초고성능 병렬 컴퓨터가 일반인이 해결하려는 문제들을 빠르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대용량 미디어 데이터 처리, 고속 과학계산 처리, 복잡한 통신환경 단순화 등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모도 중급을 넘지 않도록 하고, 가격대도 보급형이라 할 정도로 경쟁력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개발과 더불어 학교나 연구소, 기업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성능 컴퓨터의 사용자 인프라를 더불어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순수과학 분야를 비롯한 응용과학분야와 연계한 사용자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활성화하고, 중고등학교 또는 최소한 대학교들에서라도 손쉽게 고성능 컴퓨팅 환경을 사용하는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수퍼 컴퓨터가 있어도 사용자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면 학교에서부터 고성능 컴퓨터를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한다면, 이후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산업계에서 병렬화 된 사고로 고성능 처리 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고난이도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좋은 처리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수학 실력은 세계 수준인데, 세계적인 수학자가 나오지 못하는 우리 수학계의 어려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발은 향후 학계나 연구소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 미칠 파급 효과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수 조원도 아니고, 수 천억 규모도 안되는 개발비에다가 우려가 많은 현실에서 웬 확장성 있는 파급 효과인가 하겠지만, 이번의 협력 개발은 이제까지의 산학연 협동 개발 방식과는 다르게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과 연구소, 그리고 동종 분야에서 제품화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최고의 역량을 집중하여 동등한 역할 분담으로 개발하는 최고급 기술이자 제품이 된다. 이는 지원자로서의 미래부 입장에서도 어렵사리 이끌어 낸 최고의 컨소시엄이 되고 있다. 그러한 시도로 인해 우리 개발 인프라가 협력 측면에서 역동성을 갖출 수 있고, 양질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또한 그 사용자 인프라를 활성화하여 상호 연동되는 환경을 구축 할 수 있다면, 학교는 고성능 컴퓨팅 환경이라는 고급 과학계산 및 사용자 환경을 갖추어 학생들에게 전혀 다른 레벨의 학습 환경을 제시하게 되어 학습 역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연구소는 양질의 수퍼 컴퓨터 연구 및 개발 환경을 갖추게 되어 과학 및 공학에서의 계산처리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 결과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리고 산업계에서는 의미 있는 국내 시장의 점유율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성능 컴퓨터 기업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1994년 병렬 컴파일러 연구로 국내 학위를 받고도 병렬 컴퓨터를 사용해 보지 못했는데, 미국으로 박사 후 과정을 가서 처음 16개 프로세서의 고성능 컴퓨터를 접했을 때의 그 감흥과 아쉬움은 20년 이 넘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다. | ||
80 | 그래서 난 지금 꿈을 꾸렵니다. | 2015-11-27 |
작성일 : 2015-11-26 지난겨울 얼굴에 상채기 남긴 눈발이 칼날의 날카로움으로 팔다리 베어 버릴 듯 몰려옵니다. '새벽을 기다리던 순진한 이상이 있었던가?' 기억조차 아련한데, 굳어버린 몸통은 움직이지도 않고 진흙탕 빠진 다리 빼려는 허우적거림만 있는데 말입니다. 진 이겨진 살점은 무론하고 남은 뼈마디 부서질라 두려운데 퀭한 눈알만 더 커진 내게 세찬 겨울 폭풍이 다시 몰려옵니다. 그런데 난, 그날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결국 여기까지인가? 다른 길은 왜 안 보일까? 난 이 정도밖에 안되나? 스멀스멀 스며든 회의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꿈 나누던 친구 무너졌단 소식은 쓰라림 던져주던 경쟁자의 흐느낌은 그리고 고락 나누던 동료의 이별 통보는 움츠러든 내 콩알을 팥 알갱이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도망치고 싶던 내게 따뜻한 손 잡아주던 사람입니다. 걸음마 못해 뒤뚱거렸는데 어느새 키다리 되어 말입니다. 변덕쟁이 쓴 소리에 싫증내지도 않고, 휘청거렸어도 달아나지 않고, 팔다리 망가져도 쓰러지지 않은 채, 내 곁에서 지난 눈발을 함께 견딘 사람들 입니다. 그 사람들이 지금 꿈을 이야기 합니다. 내가 얘기하던 꿈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꿈이랍니다. 내 꿈으로 인해 자신들이 꿈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지금 내 곁에 있습니다. 지치고 두려움에 떠는 못난 이 곁에서 버팀목 되어 말입니다. 그래서 난 지금 꿈을 꾸렵니다. 아렴풋하지만, 지우지 않고 잊지 않은 그 꿈을 이 사람들과 다시 꾸렵니다. 그날의 새벽을 기다리며. | ||
79 | ICT 분야에 노벨상이 생긴다면? | 2015-11-27 |
작성일 : 2015-10-19 지난 주, 국제 학회 참석 차 취리히에 갔었다. 멀티 컨퍼런스로 진행된 국제학회이었던 바, 컴퓨터 분야 학회와 재료공학 학회, 그리고 토목공학 학회가 함께 진행되었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일본에서 참석한 두 명의 중소기업 임원, 그리고 한 명의 노교수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회사는 연혁이 70년이 넘는, 세칭 '볼트와 너트'를 생산한다는 유니버셜 조인트 생산기업이었다. 명함에 적힌 회사 이름이 사장 이름과 같아 넌지시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세운 회사라 했다. 기초적인 연구의 많은 부분을 산학협동으로 진행하던 차에 논문을 발표하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노벨상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올해 2개를 받아 기쁘겠다고 하니, 작년엔 3개였다고 일본 교수가 답을 한다. 서로 말문이 터진지라, 한 시간여 동안 점심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100년이 넘는 기업이 5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70년이 넘는 기업은 얼마나 많을까마는, 그 기업들이 저마다 기반기술과 기초연구를 위해 산학협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든지, 대기업은 물론이고 많은 중소기업들이 명시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특허와 논문 결과물에 많은 장기투자를 해오고 있다든지, 그래서 탄탄한 기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든지, 일본 정부는 이를 지속적으로 대가 없이 지원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에, 대꾸할 말이 없어 듣기만 하자니 한편 시샘이 나면서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하니씩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일본이 노벨상을 24개나 타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안되는가 하는 논란으로 가득한 국내 언론지상의 논쟁들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장기간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든지, 바팅 없이 결과만 추구하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기술보다는 응용 기술에만 치우친다든지, 긴 안목을 갖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취에만 신경 쓴다든지, 조변석개로 자주 바뀌는 교육시스템이 문제라든지, 정권마다 자기 집권 이내에 결판을 내려는 조급증이 문제라든지, 저마다 옳은 분석(?)을 쏟아내고 있었다. 맞는 말이었다. '장기적 안목으로 기반을 구축하고 기초에 충실하자'는 것이 그 요약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노벨상으로 인해 생긴 여러 논란과 원인 분석, 그리고 대안들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한 주를 보내던 차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기간 동안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면서, 만약 컴퓨터 분야 또는 ICT 분야에 '노벨상'이 생긴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또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모르면 몰라도, 노벨상의 특성상 그 기준은 '정보과학 분야에서 창조적 대안으로 인해 이 기술과 이론이 인류 발전과 평화에 어떻게 기여했는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에 적합한 대표적 분야나 그 내용은 어디일까? 아마 가능한 예를 든다면, 상업적 가치에 중심이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 모바일 게임 분야나 스마트폰 앱 기술들과 같은 최신 응용 기술 분야보다는, 수십년 간의 발전 과정 동안 정보이론 분야에서 변화를 이끈 획기적인 대안이나, 다양한 시스템 SW 분야 또는 HW 분야가 우선 고려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분야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는 돈이 되지 않는 분야이자 돈을 만들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게다가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대규모 지원을 하여야 하는 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정권들의 성향으로 볼때, (비록 순수과학 분야보다는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치적을 내세우기에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이다. 그래서 지난 수십년 간 이 분야에서의 ICT 기업 수나 정부나 기업의 투자금액, 시장 규모, 기술정도 등 그 어느 지표도 초라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ICT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노벨상을 위해 방향성을 조정할 필요도 없고, 그 만큼 가치가 있는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다시 이야기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반을 구축하고 기초에 충실하자'는 원칙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나열하였듯이 과학 및 공학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나 기업의 인식은 일본과 비교해 볼 때 그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우직하게, 너무나도 우직하게 기초와 기본에 얽매인 학계와 기업, 그리고 그들의 장기적인 산학연계, 이를 간섭하지 않고 대가 역시 바라지 않으며 묵묵히 지원하는 정부의 장기 정책이 그들 일본에는 있다. 반면 우리에게는 기초 기술을 발전시키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화 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 그리고 기반 기술에 기초한 기업의 혁신적 제품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 이는 기초 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안목을 이 사회가 지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기술 기업들의 기술 가치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이 정부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ICT 분야에서 노벨상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옆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 ||
78 | 기술 경영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까? | 2015-09-23 |
작성일 : 2015-09-22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영위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간 기술을 바탕으로 한 ICT 기업들이 참 많이도 무너졌다. 선진 ICT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며, 자기 자금을 쏟아 넣고 여기저기서 투자받아 결기 있게 시작했건만, 흔히 말하는 상업성 부족, 차별성 결여에 적절한 목표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도 제대로 되지 않아 문 닫은 회사가 주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양 어깨에 감당 못할 부채만 가득 짊어진 '대표이사'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바탕에서 성장하며 훈련된 엔지니어는 중견 기업에서 잘도 흡수해 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 ICT 경영자들은 기술 개발로 기업을 일굴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남아 견딜 수 있을까? 이렇게 넋두리만 하고 지내기에 우리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고 여유도 없다. 그냥 그대로 있다가는 언제라도 무너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CT 경영자들은 기술 기업을 추구하는 기술 경영으로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없단 말인가? 비록 명쾌한 해답을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기술 경영을 통해 기업이 자리매김 하기 위한 시사점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우리는 기업의 기술 개발을 반드시 단기적 제품화에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난 16년 간 기술 기업을 추구하고 영위해가며, 피 같은 자금을 투자해 오고 있음에도 그 결과물로서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가 늦어지는 것에 항상 가슴 아파하는 경영자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빈번하게 '제품화 되지 않는 기술은 개발하지 마라'는 볼멘소리 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 경영은 중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개발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이 공공 연구소도 아니고,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하는 것 같은 마음이 한두 번 든 것도 아니지만, 기본적인 기술 경영의 기준을 이렇게 설정하고, 기술 기반 조직을 구축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경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술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엔지니어다. 특히 한 명의 우수 엔지니어가 10명의 몫을 감당하는 ICT 분야에서 기술 개발에 열정적인 엔지니어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다. 성공하는 기술 경영을 위해서는 먼 미래를 보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이익을 고려할 줄 알면서도 기술 개발에 미친 엔지니어의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능력 있는 많은 ICT 두뇌들이 대기업이나 연구소, 학교로 빠져나가는 것이 당연한 세태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기에 그러한 두뇌 한 명, 한 명의 영입이 중요하듯, 단 한 명의 유출 또한 중소 ICT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차별화된 대우와 더불어, 꿈을 공유하고자 소통하는 노력,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인재를 잘 키워서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으로 유출했던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이직하며 아쉬워 한 1순위는 결코 좋은 대우 때문이 아니었다. 꿈을 만들고 이루어갈 수 있는 환경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함께 꿈을 만들어갈 기회를 공유하지 못한 것을 경영자로서 후회한다. 그리고 기술 개발이 엔지니어들만의 몫이 아니듯, 기술 경영이 경영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기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100년 대계를 세우는 기술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기술 기업의 기술력을 판매되는 제품만으로 평가한다. 그 저변에 깔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일부분만이 또는 제품화 가능한 부분만이 제품으로 포장되어 세상의 빛을 볼 뿐인데 말이다. '빙산의 일각'처럼, 한 기업에서 제품으로 드러난 기술 이면에는 바탕을 깔며 드러나지 않은 기술 또한 그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기술 가치 또한 의미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 평가할 때, 외형적인 매출 또는 순이익에 치우쳐 기업을 바라본다. 그나마 상장 과정을 치루는 경우라면, 다양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긴 하지만, 이 또한 그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의 깊이나 그 기술의 ICT 분야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그 기술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온전하게 담고 있지 못하다. 이에 평가 당사자들도 기업의 기술 개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이해도 측면에서는 거리가 있는 회계 담당자이거나 학계 인력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 현재의 시사점을 비롯한 그 무엇보다 내 기업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하는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기술 경영인의 기본 정신이 시급하다. 어떻게든 빨리 대충 개발해서 제품만 만들면 좋겠다는 조급증과 내 기술 제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숨기기 위해 편법을 마다 않는 상술, 그리고 우리 엔지니어를 내가 월급 주는 일꾼으로만 인식하는 경박함을 내가 뛰어넘지 못하는 한, 기술 가치에 대해 공감 가득한 그 어느 사회에서도, 회사를 믿고 날밤 지새우는 그 좋은 개발자가 가득해도, 백년을 바라볼 수 있는 기술 로드맵이 준비되어 있어도 우리는 결코 기술 경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기술 경영인으로 어깨가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