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박지성의 힘

작성일 : 2011년 5월

박지성의 힘

지성의 힘, 외길을 향한 헌신, 열정, 그리고 꾸준함

차범근 이래로 한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스타로 박지성을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가 뛰어난 골잡이도 아니요, 스타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준수한 외모나 사람들을 끌만한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축구선수로는 작은 편에 속하는 170cm를 갓 넘은 키에 얼굴은 서른 넘은 나이에도 아직 여드름이 가득하고, 말주변도 그저 그렇다. 그런 그가 우리의 입에 회자되고, 사람들에게 남다른 매력 덩어리로 자리잡고 있다. 그것도 한국을 뛰어 넘어 아시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축구스타로. 왜일까? 이는 그가 다른 스타 선수들과는 다른 그 무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린 박지성에게서 먼저 팀을 위한, 동료를 위한 헌신을 본다. 그의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남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활기차게 움직인다. 그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리거나 감독에 의해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뛰는 내내 어떻게 하면 주변의 동료선수를 도울 수 있을까에 그의 머리와 다리는 분주하다. 자기가 슛을 시도해도 좋으련만 동료를 밀어주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 플래시 받기 좋아하는 여타 공격수처럼 자기가 끝장 보고자 하지 않는다. 우린 내가 속한 이 자리에서 뭘 얻을까, 내 동료들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급급한데 그에겐 그런 욕심이 없다. 그래서 까다로운 영국 스포츠지로부터 ‘숨겨진 영웅(Unsung Hero)’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또한 자기가 속한 팀을 믿으며 절대적으로 헌신한다. 어떤 때에는 퍼거슨 감독이 너무 야속하다고 원망도 할 법 하건만, 그는 늘 ‘감독님의 결정이다. 다 깊은 생각으로 그러실 거다’라며 절대적인 신뢰와 팀에 대한 애정과 헌신의 모습을 보인다. 냉정하기로 치면 미국 프로야구계 버금가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해 팀과 선수들 간에 팔고 팔리는 그 프로의 세계에서, 조금만 잘 나가면 금방 자기의 숨은 속내를 드러내는 스타 플레이어들 속에서, 그는 늘 초기일관의 헌신과 배려의 모습을 보인다. 팀에, 다른 동료들에게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엔 없는 것 같다.

그에게서 우린 오직 자기가 사랑하는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본다. 오직 축구와 연애만 하다보니, 여타 스타 플레이어들이 예쁜 여성들과의 가십거리로 신문지상을 채울 때도, 그의 이름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젊은 시절에 성공한 여타 젊은이들이 꾸며볼 법한 폼 내기도 그에게는 낯선 것 같다. 이보다는 여기저기 펑크나는 곳에 솔솔치않게 내미는 그의 통 큰 기부손길이 이탈이라면 이탈이라고 할까? 그것도 모교 축구팀, 유소년 축구, 베트남 자선경기 등,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축구 분야에 피땀 흘리며 번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오직 그에게선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축구 분야에,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몸이 허락하는 한, 자신을 내던지는 열정으로만 가득하다. 그래서 아마 그는 선수로서 35세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한다. 그래도 그는 간다. ‘적절하게, 효율적’ 식의 단어는 그의 삶에선 없다.

어떻게 보면 우직한 것 같으나, 어떤 전문가도 축구에서의 그의 플레이를 무작정 뛰고 보는 선수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지능적인 플레이어라고 한다. 지능적이나 열정적인?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스타일이 그에게서 존재한다. 그게 박지성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온 힘과 영혼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한 현심임에도 불구하고, 비교하고 기웃거리면서 나를 허비하는 데 일생을 바치는 우리네와 다르다.

박지성은 어려서부터 축구에 재주가 있음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일찍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잘 나가는 축구선수들이 간다는 모모대학교는 둘째치고라도 받아줄 대학교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꾸준하였고, 이르지 않았지만 다가온 기회인 올림픽팀 대표를 잡았고 진가를 보이기 시작해,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과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인정을 받았다. ‘명지대, 도쿄퍼플상가, PSY아이트호벤, 맨체스터Utd’. 이는 그가 성인이 되어 소속된 팀이다. 하지만 또한 그가 꾸준히 발전해 온 그의 삶의 이력이다. 3년을, 5년을, 아니 10년을 바라보며 꿈꾸고 꾸준히 나를 던지는데 주저하는 우리의 우유부단함이 그에겐 없다.

그래서 그의 바램처럼 맨체스터에서 그는 선수로서의 삶을 마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잘할 수 있는 곳에서 보여주었던 꾸준함과 집중하는 그 모습이 있기에, 그 이후에 그가 무엇을 하더라도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궁금함이나 염려는 없다. 아마 결혼이나 장래 계획, 팀 이전 등 난감한 질문을 하는 기자들에게 보이던, 천진난만한 그 웃음과 그의 수수함이 그의 답이 될 것이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기 팀과 동료를 향한 헌신, 자신이 사랑하는 축구에 대한 불타는 열정, 그리고 변하지 않는 그의 꾸준함이 그의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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