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안철수가 한 것과 하지 못한 것

작성일 : 2012년 1월 18일

안철수가 한 것과 하지 못한 것

요즈음 안철수 교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그의 가능성이 한국 IT 분야에서 이루어 놓은 성공 스토리를 넘어서서 현실정치 분야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가능성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기다림과 기대를 항상 저버리는 현실 정치인에 지쳐서 이제는 냉소적인 단계에까지 이른 민초들에게, 이제까지의 법률가, 시민운동가, 방송인, 교수, 군인, 그리고 관료나 경제인에서 시작된 기존의 정치인 그룹과는 뭔가 다르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그의 정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그의 특이한 이력과 성공이 먼저 사람들 눈에 띄게 했고, 사회에 책임 있는 지도층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귀를 또한 열게 했고, 그리고 정치 분야에 대한 새로운 그의 시도가 새 시대에 목마른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무튼 그는 똑똑하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우선 순위로 둔다는 현직 의사의 ‘특권’을 내려놓고, 이제야 세칭 뜨는 보안 분야라고 인정해 주지만, 그가 시작할 때는 그 가능성이나 사업성에서 인정조차 받지 못하던 안티바이러스 분야에 인생을 걸었던 ‘바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도전이 고난의 길을 극복하고 빛을 볼 때 즈음에 불어 닥친 IT 벤처광풍의 기회 속에서도, 그는 더 기다리며 안정된 기반의 가치를 축적한 이후에야 회사를 상장시켰다. 그 과정 속에서도 기업인으로서 더 준비하기 위해 경영 분야에서의 ‘가방끈 늘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자신의 모습과 자세를 채찍질하기 위해 글을 쓰면서 또한 경연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작업을 줄이지 않았다. 때로는 기업인들에게 때로는 젊은이들에게 그의 생각과 자세를 나누었고, 이는 그의 사고와 방향성을 정립하고 보여주는 검증과정이 되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가능성이 보장된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작은 감동을 주는가 하더니, 그의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증한다고까지 한다.

이제까지 한 일만 가지고도 그는 이미 이룬 사람이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의 부족한 부분이나 결핍된 부분을 찾아 트집잡고자 할 수도 있지만, 이 메마른 사회에, 인고의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자기 것을 고집하더라도 탓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꺼이 양보하였으며, 절망과 두려움에 휩싸인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줌으로써,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고, 사회에 나누어 주었으며, 의미 있는 영향을 끼쳤다.

그런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다는 설이 이야기 되고 있다. 도전하든, 그렇지 않든 그의 자유 의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어떻게 보면 주변에서 논하는 것조차 우스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가치와 기여를 인정하기에, 그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준비하지 못한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최고의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권력에 대한 집요한 집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내려놓는 연습을 추구하는 선함과는 괴리가 있는 길이다. 물론 기업을 일구면서 성과와 실적이 회사의 중요한 가치로 추구되는 바, 회사 경영 경험들이 이와 일맥상통할 수도 있으나, 이는 개인 욕망의 집적도 또는 집중도 측면에서 긴 시간 훈련되어 왔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 길을 그는 준비하였을까? 그러면서도 또한 물질에서 명예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불의와 탐욕에 대한 유혹을 이길 수 있을까?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이를 제어할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이기까지한 이 모습을 그는 준비하여 왔을까?

최고지도자의 역할은 모든 것을 외롭게 결정하면서도 또한 모든 것을 함께하는 자리라고 한다. 그만큼 보다 많은 가짓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통찰력을 준비한 개인의 역량도 필요하고, 그의 지도력에 충성으로 꿈을 공유하고자 하는 다양한 인적자원들이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그는 자신의 회사 경영 철학을 정립하고 실천한 것처럼 더 많은 영역에서 더 깊은 고뇌를 통해, 또한 긴 시간을 시행착오까지 거쳐서 이루어진, 국가경영 철학을 준비하여 왔을까? 흔히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듯, 잘생긴데다가 똑똑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인기투표 1위의 남자 연예인과 다른게 뭐냐는, 말도 안되는 비아냥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도 적용되긴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함께 할 다양한 인적자원을 찾아내는 것이 큰일이고, 그들과 공감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범위와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동안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는 준비하여 왔을까? 물론 그가 대선에 나간다고 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면, 이런 저런 인연으로 구름떼처럼 몰려들 인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도움이 될 인재보다는 재앙이 될 쓰레기가 더 많을 수 있다. 또한 그의 방향성과도 다를 수 있다. 물론 국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나라라면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한번 대통령이 바뀌면 그에 따라 할 일 없이도 수 억원 넘는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가 수백 개 이상 바뀌는 이 국가 시스템에서, 경험 없이 지혜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쪽의 극단으로 나뉜 언론과 식자들을 조율하고,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북한을 설득하며, 수천 년간 눈을 부릅뜨고 한반도를 바라보는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숙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이를 위해 냉철하면서도 냉혹하기까지 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과감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차가운 이성이 준비되어 있을까? 내 생전에는 평가되지도 않을 미래의 큰 것을 위해서, 가까운 시간 내의 수많은 비난을 감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가족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이를 이겨나갈 강심장이 그의 가족에게는 준비되어 있을까? 내가 얻는 이 한가지 ‘영예’를 위해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내어 놓아야 할 때, 그는 선뜻 결심할 수 있을까?

어려운 고민일 것이다. 준비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불확실한 것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결단이라고 하지만, 지금 안철수에겐 아마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있고, 이 상태에서 결단해야 하는 시간인 것 같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고 그가 어떤 결단을 한다고 해도 함부로 그를 비난하거나 찬사를 보낼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는 준비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인생을 도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우스은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많은 것을 내놓고 희생하면서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 또한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어려운 선택에 인간 이상의 지혜로움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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