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4일

엉킨 실타래 풀기

작성일 : 2014-03-18

엉킨 실타래 풀기

한국의 여러 선구자적 대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향해 달음박질을 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ICT 중소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여러 종류의 상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기업이 가진 강점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창조적 아이디어와 역동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아직까지도 흡족한 결과를 낳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라기 보다는 양쪽의 인식차이, 그리고 상호 신뢰성의 부족이 큰 이유다.

대기업 측 입장에서 보면, ICT 중소기업이 경쟁력은 취약한데 구조적 문제 또한 커서 선의의 협력도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세계 시장을 바라보며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투명하지 않은 CEO의 경영 방식과 열악한 인적 구성에 비해 자기 가치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ICT 중기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은 협력 파트너라기보다는 항상 갑을관계로 접근하려 하고, 여차하면 기술과 인력을 싼 값에 빼내가려 한다고 보고 있다.

둘 다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양측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현재 대기업은 웬만하면 자기가 다하려고 한다. 자회사를 세우던, 좋은 인재를 스카웃(?)해 오던지 하여 일사불란하게 수직 계열화하여 모든 것을 다 해보려 한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한국에서는 대기업이기는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보면 랭킹 몇백 등 안에도 들지 못하는 회사일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 형상이다.

구글이나 EMC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주변에 수 많은 신생 벤처들을 협력 파트너로 삼아 협업한다. 그러다 시너지가 극대화 될 가능성이 있으면, 정당한 M&A로 합병에 이르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은 ICT 벤처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CEO에게 묻더라도 그들의 목표가 코스닥 상장이고, 몇 백억 혹은 몇 천억 매출이라는 대답 이상의 경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런데 상장하더라도, 몇년 내 사라져 버리는 회사가 대다수이고, 기술집약적 기업으로​ 그 다음 단계를 넘어선 회사는 드물다. 그래서 목표를 세우고 차별화된 가치를 축적하기 보다는, 편법으로 리스크를 피하려 하고 비정상적인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 한다. 이 또한 우물 안 개구리 형상이다.
이스라엘 ICT 벤처들은 단계 별 목표를 세우고, 개방된 경영 방식과 합리적인 협업으로 리스크를 극복하며 다양한 출구 전략을 지향한다. 그 중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히면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가치 중심의 M&A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 입장에서 볼 때 지금 당장의 시장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면, 기꺼이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며 시너지가 가능한 사업 분야를 찾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경우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기업의 국제화된 마케팅 노하우의 도움을 받으면 가시적 결과를 낼 수 있는 ICT 벤처는 상생을 위한 매력적인 후보이다. 그러나 많은 대기업들은 한국이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이들 기업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없듯이, 그러한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미국 회사도 탐내고 있고, 가격도 비싸며, 관리나 커뮤니케이션도 어렵다. ​

ICT 중기는 어떤가? 비록 허리띠 졸라매며 부족한 인적자원을 독려하고 물리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천신만고 끝에 상장하든가 또는 한 단계 위치에 올라섰다고 ​할 때, 다음 단계도 홀로 가능할까? 상장하였다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며 지속적인 경쟁 시장에서 불굴의 벤처 정신으로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투자와 협업 방식이 또한 필수불가결하다. 따라서 신뢰 관계가 형성된 파트너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협업 방안은 어떠한 경우에든 자원이 부족한 ICT 중기 입장에서는 항상 우선순위에 있다. 이에 국제 시장 환경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자본력과 우수 인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강력한 파트너가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기업과 ICT 벤처 간의 협력을 통한 상생은 공염불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단, 몇 가지 최소한의 가정만 만족할 수 있다면 말이다.

​먼저 ICT 중기는 자신만의 경쟁력에 대한 처절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기 가치를 축적하는 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능하다. 이를 목표로 3년 혹은 5년 후를 바라보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수 개의 우량기업들과 느슨한 형태의 공동 개발/마케팅 활동을 시작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대기업이 직접 하기에는 작아보이지만 꼭 필요한 옵션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에서 말이다. 이때 개발자금이 부족하면, 정부 R&D 프로그램에 로드맵을 반영하거나, 최소한의 투자를 받는다. 좀비벤처가 되지 않기 위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영업력을 키워 번 돈으로만 먹고 살겠다는 보수적 소비를 추구한다. 그러면 언젠가 대등한 협력 파트너로서의 기회는 온다.

대기업은 어느 규모 이상의 볼륨이 되어야 직접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구글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거기서 신사업군을 창출하는 방식을 추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기 사업 분야에서의 ‘생태계(Ecosystem)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리스크 공유라는 수동적 측면을 넘어서는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이 애플과의 전쟁에서 iOS와 경쟁되는 타이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타이젠이 Mac OS로부터의 수십 년 간 발전과 혁신 과정을 거친 iOS 수준이 될 수 없다면,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플랫폼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 ICT 벤처들과 협업함으로, 생태계를 공유하면서 그 저변을 확대하는 방식이 낫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 또한 개방적이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ICT 벤처들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생태계 네트워크로 유도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은 그 결실로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며 신속한 대응능력까지 갖춘 경쟁력 있는 ICT 벤처자원을 프라이빗 클라우드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엉킨 실타래는 몇 군데만 풀리면 전체가 풀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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